<세 도시 이야기> 포르투, 파리, 피렌체에 스미다... CBS 아나운서 신지혜 작가와 함께 떠나요

영화 같은 도시 이야기... 매력적인 세 도시로 떠나는 행복 티켓

류동현 승인 2021.08.10 20:49 의견 0
책 <세 도시 이야기> 작가 겸 CBS 아나운서 신지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나라와 나라가 단절된 상황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점차 낯선 추억이 되어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적으로 매력적인 세 도시로 떠나는 티켓을 끊어본다.

안녕하세요? 신지혜 작가님은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프로그램 제작자이면서 진행자로 라디오의 역사를 쓰시고 계신 분인데 본인 소개를 직접 해주세요.

저는 CBS 아나운서이고 1998년 2월부터 CBS 음악FM 채널에서 매일 오전 11시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1인 제작 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벌써 24년 차네요.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지금까지 PD와 진행자의 역할을 함께 해 오고 있죠. 오프닝도 여전히 제가 쓰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표준 FM 프로그램도 하나 더 있고 매일 뉴스도 하고 스팟이나 더빙 내레이션도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사랑영화제 집행위원입니다. 한동안 영화 시사회 GV(Guest Visit)를 많이 했고, 영화음악 콘서트 사회도 간간이 봐오고 있습니다.

책 <세 도시 이야기> 신지혜 작가님과 다른 두 분이 함께 공동 집필을 하셨는데 어떻게 같은 주제로 모이셨는지 궁금해요?

공동 저자인 천수림(아트저널리스트, 시각문화 비평가)과는 친구예요. 15년쯤 전부터 "이런 거 해보면 재미있겠다, 저런 것도 해보면 좋겠다" 하고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엄청나게 나누다가 둘이 같이 여행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한 도시를 두 사람의 관점에서 써도 좋고 각자 다녀온 여행지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에 대해 써도 좋고... 언젠가 둘이서 꼭 그런 책을 내자고 약속했고, 그 책은 꼭 시리즈로 내자고 다짐했죠. 그렇게 10년 동안 기획했던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출판사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하나의책’의 원하나 대표께서 우리 이야기를 듣다가 재미있는 책이 될 것 같다며 흔쾌히 출판하자고 고마운 제안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첫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만나는 자리에 우연히 합석하게 된 윤성은(영화 평론가)과 즉석에서 합류하게 되면서 <세 도시 이야기>가 쓰이게 되었죠.

여러 나라의 도시 중에서 포르투, 파리, 피렌체를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책을 쓰기로 한 그 시점에서 각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장 쓰고 싶은 도시를 골랐습니다. 그렇게 골라 놓은 도시들을 보니 역시 자신들의 장기를 잘 살릴 수 있는 도시들을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수림은 역사적, 예술적 지식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 예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피렌체에 대해 썼고 윤성은은 영화평론가여서 영화 같은 도시 파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화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대학원 전공도 그쪽이라서 포르투를 문화콘텐츠적인 시각에서 풀어 놓았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트 와인의 도시 <포르투>


책 <세 도시 이야기>에서 신지혜 작가님은 ‘포르투‘를 소개해 주셨는데, 평소 애착이 있었던 도시인가요?

사실 포르투라는 도시도 그렇지만 포르투갈 자체가 저의 희망 여행지 순위에 높이 올라 있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많은 분처럼 회사에 묶여있는 사람이다 보니 쉽게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갈 수 있는 처지가 안 되고, 여전히 다녀온 곳 보다 가고 싶은 곳이 스무 배는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 리스트 중에 포르투갈은 강렬하게 자리 잡은 곳이 아니었어요.

그런 제가 포르투갈을 여행지로 잡았던 건 그 당시 저의 상태와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번아웃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던 그때, 짧게나마 휴식이 필요했고 그래서 어렵게 겨울에 일주일 동안 휴가를 냈습니다. 공간의 이동이 필요했던 거죠. 어디를 다녀오면 좋을까 생각하며 세운 기준은 휴식과 조용함, 안전함과 평안함이었습니다. 겨울이니 따뜻해야 했고요. 그러다 보니 지중해변으로 가야겠다 싶었고 활기가 넘치고 관광객이 많은 곳을 피하다보니 포르투갈로 눈길이 가더라구요. 짧은 기간 동안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저곳 다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서 리스본과 포르투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포르투는, '해리 포터' 때문에라도 꼭 가고 싶었죠.

그렇게 다녀온 포르투는 생각보다 훨씬 아늑하고 편안했고, 느긋하고 행복했기에 책을 쓰게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도시가 되었습니다.

생활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녹여준 도시가 된 것 같네요. 그럼 신지혜 작가님이 느꼈던 '포르투‘는 한 마디로 어떠한 도시인가요?

어쩌면 포르투는 볼거리가 아주 많은 곳도 아니고 기가 막히게 세련된 곳은 아니에요. 하지만 오래된 역사 속에 영광과 아픔의 시간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면서도 흐르는 강물처럼 든든한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는 도시입니다. '해리 포터'의 기숙사 계단의 모티브가 된 렐루 서점, '조앤 롤링'이 원고를 썼다는 마제스틱 카페, 그리고 '호그와트'의 교복의 모티브가 된 포르투 대학의 교복 망토를 비롯해 올라갔다 내려오면 왠지 행복해지는 낡디낡은 클레리구스 탑, 우여곡절이 많은 볼사궁전, 아름다운 아줄레주로 가득한 상 벤투역 등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마음이 따뜻함으로 차오를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쁜 소식. 포르투의 요리는 정말 맛있답니다. 특히 생선요리, 문어 요리는 기가 막히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포트 와인이 아닐까요. 골목골목을 누비고 강을 건너갔다 건너오며 이리저리 기웃거려보면 어딘가 마음이 든든해지고 안심이 되는 곳, 그런 곳이 바로 포르투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아나운서 겸 작가 신지혜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여행을 주제로 책을 집필하셨던 작가의 입장에서 그 안타까움이 더욱 남다를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마음은 여기저기 그립고 너무나 가고 싶죠. 저뿐 아닐 거예요. 예전에 주변 사람들이 묻더군요. '그렇게 여행이 좋으냐고, 그래도 꽤 다니지 않았느냐고...' 그래도 여행에의 목마름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네요. 여행은 단순히 어딜 간다는 것이 아니잖아요. 공간의 이동을 통해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과 기분과 느낌은 기대감과 두려움, 설렘과 긴장을 한꺼번에 안겨 줍니다. 그렇게 이방인이 되었을 때 생각과 감각이 새로워지죠. 그래서 여행이 좋고, 그래서 여행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팬데믹 상황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되니 그 마음이 더 커지고 간절해집니다.

분명 인류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이겨내고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고 희망하면서 혹시 속편이 나온다면 이번에는 어느 도시를 이야기하고 싶으세요?

남프랑스의 도시들이 아주 좋았습니다.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도시가 많은데 그중 아주 작은 도시지만 매력이 철철 넘치는 ‘아를(Arles)‘도 참 할 이야기가 많은 곳이에요. ’아를‘은 아비뇽에 가다가 잠깐 들러서 그 유명한 ‘고흐카페’만 보고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데, ‘아를’은 절대 그렇게 30~40분 보고 가는 곳이 아닙니다.

‘아를’은 무척 오래된 도시이고 그래서 깔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골목골목이 얼마나 운치 있고 좋은지, 자전거를 타고 아를을 가로지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얼마나 멋진지, 아빠랑 산책 나온 꼬마들이 얼마나 예쁜지 보아야 합니다. 토요일 성당의 종이 여느 때와 달리 울려 퍼져 뛰어 나가보니 모델 같은 사람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는 걸 눈을 휘둥그레 뜨고 본 일이나 문 닫기 직전 레스토랑에 가서 피자 한 판과 마티니 한잔을 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등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프로그램 제작자 겸 진행자 신지혜 아나운서

많은 분이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실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CBS 음악 FM은 1996년 말에 허가받아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영화음악 프로그램은 일요일 밤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짜리 프로그램이었는데 제가 영화와 영화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 알려져서인지 그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어요. 그렇게 1년 진행하고 오전 11시 데일리 프로그램이 되면서 '오정해 배우'님이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1년쯤 지나 오정해 님이 그만두게 되면서 '추상미 배우'님이 DJ를 맡게 되었는데 서너 달 하고는 드라마와 영화가 겹치게 되면서 그만두게 되셨죠. 그 자리에 갑자기 투입되었는데 그게 1998년 2월 2일이었습니다. 당시는 PD 선배와 작가도 있었고요. 그리고 한 달 후인 3월 2일 봄 개편 때부터 제가 1인 제작 진행을 하게 될 거라고 부장님이 말씀하셨고 그렇게 1인 제작 프로그램으로 <신지혜의 영화음악>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아나운서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팬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아나운서도 방송사에 근무하는 회사원이라 크게 어떤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의 계획은 그래서 늘 "이번에 맡겨진 프로그램을 열심히 하자, 매일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에 집중하자" 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은 매년 봄, 가을 개편 때 새롭게 짜이기 때문에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언제까지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단 한 가지, 이 프로그램을 애청해주시고 아껴주시는 청취자분들께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마지막 방송 일까지 열심히 선곡하고 멘트를 준비하고 좋은 공기를 만들어 드리겠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쓰고 싶은 책들이 있고 드로잉을 조금씩 해 오고 있는데 예쁜 책, 따뜻한 책, 재미있는 책을 꾸준히 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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