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인간을 세밀하게 탐구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녀의 시선에 담긴 인생(人生)을 읽다... <나는 길을 걷고, 사랑을 잃었다> 김가은 시인 인터뷰

박소담 기자 승인 2021.09.08 23:23 의견 0

[북토리매거진 · 박소담 기자]

인간의 생은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흐르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삶의 아이러니와 희로애락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인, <나는 길을 걷고, 사랑을 잃었다>의 김가은 시인을 만나 그녀가 생각하는 인(人)과 생(生), 그리고 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나는 길을 걷고, 사랑을 잃었다> 김가은 시인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삶을 여행하는 23살 김가은입니다. ‘순공’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이사도, 전학도, 편입도 많이 해서 이제는 항상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프로편입생이에요. 최근엔 대학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한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작가님의 주제는 <인人과 생生>인데, 특별히 이 제목을 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환경, 직업, 사람들을 넓고 얕게 보아왔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이 살아온 배경에 따라 모든 상황이 각자에게 유동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저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제가 바라보는 인간과 삶의 아이러니, 희로애락에 대한 시선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시는 다양하고 추상적인 카테고리로 가득해요.

김가은 시인님의 시를 읽다 보면, 비유나 표현이 풍부한 것 같아요. 진중한 시도 많고요.

비유나 표현은 제가 의식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때로는 직설화법보다는 완곡어법이 더 와닿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내가 나로 온전할 수 있는 용기’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더 잘 풀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시선을 붓끝에 비유한 <붓끝을 떠났다>를 쓰게 되는 식이죠.

진중한 시가 많은 건 제 성격과 관련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일을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도 이런 경향을 일반화시키기보다는 최대한 구체화하려고 해요. 그것 또한 저의 시선이잖아요. (웃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했던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의 말처럼, 자전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인간을 세밀하게 탐구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시를 쓸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나, 상황 속에서 추론한 결과물을 쓸 때가 많아요. 보통 대화 도중 상대의 발언이 매력적이거나, 책을 읽다가 좋은 형용사를 발견하거나, ‘이 상황에서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영감을 얻는 식이에요. 대학 수업에서 ‘로드무비’라는 단어에 꽂혀 <인생 장르>를 쓴 적도 있고, 노래 ‘가시나무’를 들으면서 <어둠이 빛을 사랑하는 법>을 쓰기도 했어요.

"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영감을 얻어요." _ 시인 김가은


<아가에게>라는 시는 부모가 아이에게 할 법한 말이네요. 특히 ‘내 젊은 날의 꽃잔디 위에노란 민들레를 피워주련’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에요. 아직 23살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생각을 하며 쓰신 건가요?

저는 이 시를 쓰면서, ‘부모님이 나를 키우시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저를 키우시며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저를 지지해 주셨어요. 거기에는 기꺼이 자식을 위한 거름이 되고자 하는 부모님의 숭고한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올해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에요.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고, 부모의 나이가 될 만큼 많은 걸 경험한 적도 없어요. 그래도 제가 나중에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기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담이지만, 민들레의 꽃말은 ‘행복’이래요.

시인이시면서 사회초년생이기도 하신데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글 쓰는 것 자체가 휴식이고 힐링이라, 힘든 건 없어요. 주로 퇴근 후나 주말에 글을 쓰는데, 업무시간에도 시상이 떠오르면 메모장에 적어놔요. 무엇보다 적당히, 하고 싶을 때 쓰니까 부담이 없는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다짐하는 건 ‘몇 시간씩 앉아서 이만큼은 써야지.’라는 목표치를 정해놓거나, ‘완벽한 글을 써야지.’라는 욕심을 내려놓는 거예요. 그런 생각이 들 때부터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이라면 더욱 삶과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해요. 그게 제가 어렵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습니다.

시인님께 글은 어떤 의미인가요?

글을 쓴다는 건, 저를 알아주지 않는 제 세상 위에 홀로 흔적을 남기는 일이 아닐까요. (웃음) 비록 남들이 알아주는 ‘역사’가 아닌 그저 작은 ‘흔적’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다른 의미에서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의 세계가 자의적인 마침표가 허용되는 유일한 사치의 영역이기 때문이에요. 그곳에서 유영하다 보면, 현생에서의 힘듦이 해소될 때가 있어요. 때로 제 글의 동기는 이런 욕구불만에서 올 때도 있답니다.

앞으로 목표로 하는 일이나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사실 계획과 목표는 잘 세우지는 않는 편이에요. 계획해봤자 그대로 된 적도 없고, ‘현실에 충실하자’는 주의거든요. 그래도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꿈은 있어요. 지금까지 시나리오, 수필, 시, 극본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썼는데, 최근엔 사회초년생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쓰는 중이에요. 이 에세이도 잘 완성되어서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다시 독자님들을 뵙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게 이번 출간은 새로운 출발이었습니다. 여행하는 마음으로 즐기고 있어요. 사실 늘 꿈꿔왔던 여행이었는데, 막상 이륙하려니 조금 무섭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출간이 되니 역시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여러분들도 새로운 출발에 두려움이 있다면 조금 더 용기 내 보기를, 무한한 미래를 두고 좁은 경우의 수에만 자신을 가두지 않기를 바라요. 우리는 모두 필연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마주해야 하는 예비 편입생들이잖아요. 결국 어디에서든 떠날 채비를 해야 하는 인생이라면, 조금 더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제 여행에 동행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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