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리매거진 · 김소은 기자]
2023년도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연초에 계획한 것들 잘 지키고 계시는가요? 사실 우리는 자주 현재의 행복에 대해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다가올 미래에는 무척이나 신경 쓰면서 말이죠.
오늘은 그런 우리에게 `우리는 생각보다 더 좋은 사람이며, 현재의 행복을 놓치며 살지 말아요.`라고 말해주는 시인님을 만나 이야기 들어보려 합니다.
고은정 시인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리 독자 여러분께 인사 말씀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지금k'로 활동하고 있는 고은정입니다. 과거와 미래에 관한 생각과 염려보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지금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한 사람이에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 미래에 대한 염려로 놓친 소중한 시간이 많았어요. 그렇게 보낸 시간이 너무 아쉬워서 ‘그러지 말자, 지금을 살자’ 마음먹게 되었어요. 여러분에게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는 지금 기쁘고 많이 감사하네요.
『나는 그 꽃의 이름을 모릅니다』 고은정 시인
네, 반갑습니다. 시인님. 얼마 전 시집 『나는 그 꽃의 이름을 모릅니다』를 출간하셨잖아요. 시집 속 시인님의 주제는 바로 '네가 오늘을 잘 지냈으면 좋겠어' 였습니다. 사실 우리에겐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주제를 잡고 작품을 선보이신 이유가 먼저 궁금합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가 자기 분량의 하루를 살 때 ‘나만 힘들지, 나만….’으로 불행하기보다 현실을 인정하고(현실인정부터가 긍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지혜롭게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이미 우리 안에는 많은 능력이 있거든요. 겁먹고, 망설이고, 당황하다 발견 못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여러분은 스스로가 평가하는 자신보다 훨씬 더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잘 알아서 하루하루 잘 지냈으면 정말 좋겠거든요.
시인님의 말씀을 들으니 벌써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시인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글로 남기시잖아요? 그런데 그 형태를 시라는 장르로 표현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생각이 문장이나 단어로 의식의 수면으로 둥실 떠 오르면 그 문장이나 단어로 자문자답(자기 탐색)을 하며 시로 다듬어 명료화 시켜요. 문장이 길지 않고 한눈에 쏙 들어오니 소중한 깨달음을 저 자신에게 새기기에 쉽거든요. 그래서 제 글의 첫 독자는 늘 저예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라는 장르가 되었어요.
'자기 탐색을 통해 명료화 시킨다'는 말씀이 인상적인데요. 그럼 시인님에게 시를 쓰는 원동력이라고 할까요? 그 힘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저 자신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요. 잘 지내려면 먼저 서로를 알아야 하잖아요. 나 자신도 타인과의 관계처럼 자주 대화하며 감정을 살펴야 알게 되죠. 시 한 편 쓰는 동안 저 자신을 여러 각도로 경험하게 되니 몰랐던 저를 알게 되니 깜짝깜짝 놀랄 때도 많아요. 저도 몰랐던 저를 알게 되는 일은 때론 아프기도 하지만 끝에 가서는 저를 이해하게 되니 좋아요.
『나는 그 꽃의 이름을 모릅니다』 고은정 시인
시를 쓰며 나를 돌아보게 되는 거군요.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그렇다면 이번 시집 속 작품 중 시인님께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시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네, 바로 ‘분리불안’이라는 작품입니다. 외택씨(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예요. 글을 쓰며 엄마가 아닌 엄마의 이름을 불러봤어요. 한 아이를 향하는 어른의 시선으로 보게 되니 그녀의 인생이 폭넓게 보였습니다. 글 속에서 그녀는 열댓 살 아이고, 저는 어른이니까요. 여러분도 ‘엄마’가 아닌 ‘00씨’로 혼잣말로 불러보세요. 그녀의 엄마 이전의 삶은 어땠을까? 생각하다 보면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듣고 보니 보는 시선에 따라 상대가 달리 보이게 될 거 같기도 해요.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이렇게 시상이 떠오르면 글로 남기시잖아요? 시인님에게 바로 이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행복과 직접 연관이 있어요. 글을 쓰느라 집중하는 시간은 아주 행복하거든요. 날개를 활짝 펴고 훨훨 날며 세상을 두루두루 보는 기분이랄까요. 그 세상은 아마도 제 안의 세상이겠죠? 제 안에서 유영하는 생각을 밖으로 꺼내 글로 쓰면 외출을 위해 아이를 씻기고 새 옷 입히고 새 신발 신겨 문 앞에 세워 놓은 듯 뿌듯하기도 해요.
그럼 시인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도 문득 궁금해집니다.
세상에는 탁월하게 훌륭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거예요. 한 번도 유명해 본적 없는 우리가 얼마나 근사한지 모르겠어요. 유명해서 근사한 사람보다 유명하지 않고도 멋진 사람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아요. 자기 삶과 타인의 삶에 성실한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행복합니다.
『나는 그 꽃의 이름을 모릅니다』 고은정 시인
그럼 약간 반대되는 질문인데요. 자신을 많이 돌아보신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자기 탐색'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깨달은 것이 혹시 있을까요?
저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어요. 용기 못 냈던 때, 무서웠던 때, 화가 났던 때 모두 제가 못나서 겁쟁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제가 저를 잘 몰랐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를 경험하지 않으면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그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자신과 타인을 글로 어루만져 주시는데요. 그럼 앞으로 시인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울러 앞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시인으로 남고 싶으신지도요.
지금처럼 사물과 자연 그리고 사람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다듬어 저에게 주고 제 글에 눈길을 주는 독자들에게 주고 싶어요. 계획도 중요하지만 그때그때 만나는 일들과 잘 지내는 것도 꽤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흘려보내기 아까워 써 놓은 제가 사는 이야기를 언젠가 에세이로 출간하고 싶기도 해요. 언젠가 때가 되면 제 마음이 결정을 하지 않을까요? (웃음) 제가 생각하는 저의 때는 마음이 결정되는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들이 저를 떠 올릴 때 ‘아~ 지금을 사는 그 시인’ 그러면 좋겠어요.
저도 시인님을 '지금 행복한 그 시인님'으로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웃음). 끝으로 우리 독자 여러분께 인사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 글에 눈길을 주시는 독자 여러분 그리고 이번 시집의 시들을 마음에 들여놔 주신 독자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매일매일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세요. 저도 그럴게요. 우린 서로에게 거울이니 잘 지내는 여러분을 보며 저도 행복할 테니까요. 여러분은 이미 행복하기 위한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답니다.
『나는 그 꽃의 이름을 모릅니다』 고은정 시인
네, 시인님.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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